언젠가 이러한 글을 쓰고 싶었다. 한국의 남초 영화에는 어쩔 수 없는 BL코드가 등장한다. 남자 감독들이 여자 캐릭터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데서 오는 오류라고 보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그들의 내면에는 게이가 있다.
여자를 등장시키고 싶지 않아서 '남자들의 문화'를 그려내고, 거기에 등장하는 여자는 '엄마' 아니면 '창녀'뿐인 세계관. 남자들은 여자에 대한 캐릭터를 풍부하게 상상하지 못해서, 결국 남자와 남자 사이의 진한 우정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내 눈에는... 우정이라고? 게이잖아! 라고 보이는거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BL 군대물이 있다. 아주 유명한 작품이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작품 TOP3를 뽑아보았다.
3위 - <용서받지 못한 자 >
감독 : 윤종빈
출연 : 하정우(유태정), 서장원(이승영), 윤종빈(허지훈)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는 남자들이 굉장히 좋아하던데, 무엇보다 하정우의 일잘하는 병장 연기에 심취한다. 그런데 이걸 좋아하는 한국 남자 중에 몇명이나 유태정같은 군생활을 했을까? 내 생각엔 80%는 수동과 같은 병장 생활을 했지만 자신이 유태정 같은 병장 생활을 했다고 믿는 부류가 많다. 그렇다고 유태정은 좋은 선임이었나? 그도 '악마 선임'이라고 불리우며 후임들을 얼차례 시키는데. 자신들은 그 문화에서 부조리를 대물림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게 퍽이나 우습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한국남자들이 유태정같지가 않다는 이유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유태정은 군대에서 게이 러브를 했기 때문이다. 유태정은 자신의 동창인 승영이 후임으로 들어오자, 그를 지독하게 감싸기 시작한다. 소위 '명문대' 출신인 승영이 군대 문화에 반기를 들고 선임들에게 들이받는 행동을 하지만, 태정은 자신의 방식으로 그를 최대한 돕는다. 그리고 '좋게 좋게' 넘어가려는 태정이 막판에는 '처음으로' 선임 '수동'에게 하극상을 저지르는데, 이이 역시 승영을 감싸다가 생긴 일이었다.
승영과 태정의 대조되는 성격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지만, 그런 태정이 결국 승영을 위해 안하던 행동을 한다.
Yes, You Are Gay.
그러던 도중 태정은 '들키지 않기'위해 모든 후임들을 얼차례 시키고, 승영을 크게 혼낸다. 하지만 모두 들여보내고 한 행동. 미안하다며 끌어안기?
Yes, You Are Gay.
사람들을 모두 보내고 몰래 뺨을 감싸고 끌어안기. 뭐 말 다했다.
그리고 이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는데...
제 2극은 태정이 제대한 후이다. 혼자 남은 승영은, 자신의 후임 허지훈의 수발을 들다가 결국 성격이 변하게 된다. 살짝 태정과 닮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고문관이었던 지훈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승영은 결국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렇게 힘들어진 승영이 휴가를 나가 태정을 만나러 간다. 이때 태정은 여자친구와 있었고, 여관에서 여자친구와 자다가도 승영을 보러 간다. 그리고 승영을 위로하기 위해 같이 끌어안고 잠도 잔다.
진짜 크게 웃었다. 이 영화에서 BL코드를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그냥 바보다, 바보.
태정은 최선을 다해 승영을 위로하다가, 끝내 화를 내고 만다. 그는 여자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게 태정은 군대에서 연애를 했었는데 제대하고 탈반을 하고 ㅋㅋ 여자친구를 사귄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옛 남친이 휴가를 내고 찾아와, 슬픔을 이야기하자 그때를 추억하며 들어줬던 것이다. 그러다가 일반 생활의 여자친구와 이때문에 문제가 생기니까, 옛 남친에게 결국 제대로된 작별을 고하는. 비극적인 게이물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승영(서장원)의 하얗고 곱상한 외모, 짐승같이 생긴 태정(하정우) 캐스팅까지.
윤종빈 감독은 정말 의도한게 1도 없었을까? 군대물을 빙자한 BL영화, 3위이다.
2위- <신과 함께 : 죄와 벌>
감독 : 김용화
출연 : 하정우(강림), 주지훈(해원맥), 김향기(덕춘), 차태현(김자홍), 마동석(성주신), 김동욱(김수홍), 도경수(원동연)
전국민이 좋아한 영화 <신과 함께 : 인과 연>에는 군대 장면이 등장하는데, 역시 이들도 BL 신파를 찍고 있었다. 캐스팅부터 김동욱이랑 도경수이다. 뭐, 이건 작정하고 BL을 찍은거 아닐까 싶다.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는 김자홍을 심판하는 스토리이지만, 그의 동생 김수홍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김수홍은 '인과 연'에서 심판을 받게 되는데, 두 편에 걸쳐 보여주는 김수홍의 이야기는 군대 내 게이 이야기가 틀림없다.
영화는 수홍의 서사를 2회에 걸쳐 보여주는데, 1회 '죄와 벌'에서는 억울한 죽음에 악귀로 등장하고, 2회에서는 그런 그가 심판을 받는 것으로 나온다. 이미 악귀로 행동했던 수홍은 겸허히 벌을 받으려 하지만, 강림은 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변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런 수홍을 변호하는데 정당함을 부여하기 위해, 그의 다정한 성격을 설명하는 도구로 원동연을 등장 시킨다. 원동연은 군대 내 관심병사로 불리우며 허약한 체질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그를 알뜰살뜰 챙기는 것은 수홍 뿐이다.
하지만 수홍의 비극적인 죽음은 결국 동연에 의해 찾아온다.
자신의 실수로 수홍이 죽은 뒤, 자살을 하려던 동연. 그리고 수홍은 악귀의 모습을 하고 그 자살을 막고 끝까지 위로해준다.
음? 절절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면 뭘까?
천만관객이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다는 이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여기에 등장하는 김수홍과 원동연은 BL이었다. 한국사람들 BL 너무 좋아한다.
1위 - <공동경비구역JSA>
감독 : 박찬욱
출연 : 이영애(소피 장 소령), 이병헌(이수혁), 송강호(오경필), 김태우(남성식), 신하균(정우진)
나는 공동경비구역JSA를 남북 병사들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BL영화라고 본다. 가장 중심이 되는 커플은 이수혁과 오경필이다. 수혁은 경필과 함께하기 위해 휴전선을 넘어 북의 기지로 가는데
이 사랑을 더 흥미롭게 표현하기 위해 등장한건 정우진과 남성식이다. 남성식은 이수혁을 따르고, 정우진은 송강호를 따른다. 그리고 그들의 비극을 통해 사랑이 증명된다.
우선 남성식은 북의 병사를 죽이고, 정우진을 죽인다. 남성식이라는 인물은 이수혁이 천진난만하게 오경필을 만나러갈 때 마지못해 따라간 인물이다. 일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정우진을 죽이고 자포자기하여 수혁에게도 총을 겨누는 모습. 이 모습에서는 상당한 원망이 느껴진다. 왜 나를 여기로 데려왔느냐는 그런 원망이 느껴진다.
오경필이 마지막까지 이수혁을 위해 진실을 숨기려 노력하는 모습은 애절하기 짝이없다.
우정? 사랑? 그 중간단계 일까?
여담으로 공동경비구역JSA는 박찬욱 감독의 '신하균 죽이기 3종세트' 중에 하나인데,
음... 그건 다음에 또 다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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